지수가 빠지는 날, 저는 가장 비싼 값에 담고 있었습니다
2026년 들어 코스피가 한 차례 3000선을 회복했다가 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작년 이맘때 일을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 저는 코스피가 2500 근처까지 밀렸을 때 “이제 더는 안 빠지겠지”라는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약 400만원어치를 분할로 담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지수가 2400 아래로 한 번 더 내려갔을 때, 저는 더 사기는커녕 갖고 있던 종목 절반을 손절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시장은 슬그머니 2600을 회복했죠.
퇴근길 지하철에서 잔고를 확인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머리가 멍했어요. 분명히 “쌀 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단순한 원칙을 알고 있었는데, 막상 떨어지니까 더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못 사고, 오르니까 또 늦었다 싶어서 못 산 겁니다. 그제야 저는 코스피 전망이라는 말이 제 행동을 결정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전망 기사를 너무 많이 봤던 게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하루 평균 7~8개의 증시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떤 증권사는 코스피 목표치를 3200으로 제시했고, 또 다른 곳은 2300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어요. 두 자료 모두 그럴듯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미국 금리, 반도체 업황, 환율, 외국인 수급, 중국 경기. 다 맞는 말이었는데, 문제는 제가 그 사이에서 매일 마음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나중에 정리해보니, 저는 “전망”을 본 게 아니라 “오늘의 내 기분에 맞는 의견”을 골라 본 것에 가까웠습니다. 지수가 빠지는 날은 비관론 기사가 눈에 들어왔고, 반등하는 날은 낙관론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수와 매도 시점이 모두 감정을 따라갔습니다. 정부 발표 기준으로 봐도 개인 투자자의 평균 보유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던데, 저 역시 평균 보유 기간이 채 3개월이 안 됐습니다.
장기 투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요.
또 하나 뼈아팠던 건 종목 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코스피 전체가 오를 거라 믿었으면 KODEX 200 같은 시장 대표 ETF에 절반 정도는 묶어뒀어야 했는데, 저는 그 시점에 가장 “오를 것 같다”는 평을 받던 2차전지와 반도체 개별 종목에 비중을 쏠리게 담았습니다. 시장은 올랐는데 제 계좌는 안 오르는 이상한 일이 그렇게 벌어졌습니다.
2026년 지금, 전망 대신 제가 정한 규칙 세 가지
그 후로 코스피 전망에 대한 제 태도가 좀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자료는 봅니다.
다만 거기서 “몇 포인트까지 간다”는 숫자는 더 이상 기록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전망을 뒷받침하는 변수, 그러니까 미국 기준금리 경로,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유지 여부, 반도체 수출 증감률 같은 항목만 메모합니다.
변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야 제 판단이 흔들리지 않더라고요.
실제로 적용한 규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매달 정해진 날짜에 일정 금액을 시장 대표 ETF에 자동 매수합니다.
저는 매월 25일에 30만원씩, 지수가 오르든 빠지든 무조건 삽니다. 둘째, 개별 종목은 전체 주식 자산의 30%를 넘기지 않습니다.
작년에 비중이 70%까지 갔던 게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었거든요. 셋째, 코스피가 단기간에 10% 이상 빠지면 추가로 100만원어치를 더 담는다는 “하락 대응 규칙”을 미리 종이에 써뒀습니다.
막상 그 상황이 오면 손이 안 움직이니까, 미리 정해둔 행동을 그대로 실행하는 겁니다.
2026년 코스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저도 모릅니다. 어떤 분석은 기업 실적 회복을 근거로 추가 상승 가능성을 말하고, 또 다른 쪽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둘 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분명한 건, 어느 쪽이 맞든 제 계좌의 결과를 결정하는 건 전망이 아니라 제가 그 사이에 어떻게 행동하느냐라는 점입니다.
작년의 손실을 통해 가장 비싸게 배운 교훈이 그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