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를 때 월세와 전세, 어느 쪽이 손해를 덜 보는가

작년 이맘때 나는 전세 계약을 고민했다

지난해 4월, 월세 (시점·지역별 다름)을 내던 서울 강남 오피스텔을 나와야 했다. 건물주가 전세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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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yriams-Fotos / pixabay

그 시점에 전세 보증금은 2억 5천만 원, 월세는 28만 원 정도였다. 나는 일주일간 부동산 중개소를 돌며 둘 중 뭐가 더 유리한지 계산했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고정비를 낮춰야 할지, 아니면 자산을 묶어둬야 할지 판단이 안 섰던 것이다.

결국 월세를 택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선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돌아보려고 한다.

월세는 물가와 함께 오르고, 전세는 보증금이 묶인다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월세와 전세의 가장 큰 차이는 유동성이다. 월세는 매달 현금이 나가지만, 전세는 2년 뒤 보증금이 돌아올 때까지 그 돈이 묶여 있다.

내가 월세를 택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2억 5천만 원을 전세로 묶어두면, 2026년 상반기 지금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같은 금액을 정기예금에 넣으면 연 약 3%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전세는 그것도 못 한다.

실제로 계산해보자. 월세 (시점·지역별 다름) × 12개월 = 336만 원. 1년간 월세로 내는 금액이다. 반면 2억 5천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으면 약 875만 원의 이자를 받는다. 월세가 이자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월세도 함께 오른다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물가가 오르면 집주인도 월세를 올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지난 1년간 신축 오피스텔 월세가 평균 약 2% 올랐다. 내 계약서에는 2년간 월세 인상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2년 뒤 재계약할 때는 시장 가격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 28만 원이라면, 2년 뒤에는 대략 30만 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세는 다르다. 2억 5천만 원으로 2년을 산 뒤 보증금이 돌아오면, 그때 새로 계약할 때의 시장 가격에 맞춰야 한다. 만약 물가가 계속 오르면 전세 보증금도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가는 돈은 고정이다. 월세처럼 매달 인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 속에서 현금 흐름의 의미

지난 5개월간 내가 월세로 낸 금액은 140만 원이다. 전세였다면 보증금 2억 5천만 원이 통장에 없었을 것이다.

물가가 오르는 지금, 그 2억 5천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비상금으로 묵혀 있으면서도 정기예금 이자 월 25만 원 정도를 받는 것이 하나다. 또 다른 투자 기회가 생겼을 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반대로 전세의 장점도 명확하다. 월세처럼 매달 현금이 나가지 않는다. 물가가 올라도 2년간 고정된 생활비로 살 수 있다. 특히 월급이 정체된 직장인 입장에서는 이것이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결국 선택은 당신의 현금 흐름에 달려 있다

6개월을 월세로 살면서 느낀 것은, 물가 상승 시대에는 유동성이 무기라는 것이다. 월세는 매달 나가는 돈이 크지만, 묶여 있는 돈이 없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다만 이것도 개인차가 크다. 월급이 안정적이고 매달 지출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월세가 낫다. 반대로 큰 금액을 한 번에 쓰기보다 월급에서 조금씩 빼는 것이 편한 사람이라면 전세가 낫다.

내 경우는 월세가 맞았다. 하지만 이건 내 상황일 뿐이다. 당신의 월급, 저축액, 투자 계획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