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후 6개월, 부동산 시장이 뒤바뀌면서 깨달은 것

지난해 11월에 전세 계약을 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지금이 들어올 적기”라고 했고, 나도 그 말을 믿었다. 계약금 2천만 원을 내고 2년 전세로 들어갔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지금, 같은 건물 같은 평수가 전세로 1천8백만 원에 나와 있다. 처음엔 시장 변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내가 놓친 게 훨씬 많았다.

계약 당시 “시장이 바닥”이라는 말을 그대로 믿었다

부동산 중개소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닥입니다. 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나도 그 말에 설득됐다. 당시 뉴스를 보면 금리 인하 얘기가 나오고 있었고, 시장 전문가들도 “하반기부터 살 만해진다”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계약을 밀어붙였다.

Modern office building against a clear blue sky
Photo by FY Chang / unsplash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틀렸다. 공인중개사가 보는 “바닥”과 실제 시장의 바닥은 다르다. 중개사는 매물을 빨리 내보내야 수수료를 받는다. 그들에게 “지금이 적기”는 마케팅 문구일 뿐이다. 내가 계약한 11월에는 금리가 아직 약 3%였다. 지금은 약 2%다. 금리가 약 0% 내려간 것만으로도 전세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전세 계약서의 특약사항”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계약서를 받았을 때 중개사는 “특약사항은 표준형이니까 괜찮습니다”라고 넘어갔다. 나도 피곤했고, 빨리 이사 가고 싶었다. 그래서 대충 훑고 도장을 찍었다.

3개월 뒤 전월세 신고를 하러 갔을 때 깨달았다. 내 계약서에는 “임차인 부담 수선비 범위: 300만 원”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벽지 뜯김, 창문 손상, 욕실 타일 깨짐 같은 것들이 300만 원까지는 내가 책임진다는 뜻이었다. 일반적인 전세 계약서는 이 수치가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다. 나는 그걸 모르고 사인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계약서의 “기한 내 보증금 반환” 항목을 읽어보니,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반환하기까지 “최대 45일”이라고 돼 있었다. 요즘 시장에서는 보통 30일 이내다. 나중에 이사 나갈 때 보증금이 늦게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매매가 하락세”를 읽지 않고 전세 계약했다

전세는 결국 집주인의 자산 가치와 연결돼 있다. 집주인이 집을 팔 때 손해를 보면, 전세금을 못 돌려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나는 계약할 당시 그 건물의 매매가 추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계약 당시 그 건물 같은 평수 매매가는 약 4억 5천만 원대였다. 지금은 4억 2천만 원대다. 3개월 새 3천만 원이 떨어졌다. 만약 집주인이 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전세금 2억 원을 돌려줄 때 자기 돈을 깎아서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인중개사에게 물어봤더니 “전세는 보증보험이 있으니까 괜찮습니다”라고 했다. 맞다, 전월세보증금보험이 있다. 하지만 그 보험도 한계가 있다. 보험료를 내야 하고, 청구 과정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보험금이 전액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

계약을 다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은 1년 6개월 동안 할 수 있는 게 있다. 먼저 집주인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전세 만료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나중에 보증금 반환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는 전세금 보증보험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내 보험이 어디까지 커버하는지, 청구 절차는 뭔지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다음 거주지를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증금이 늦게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시장 상황도 더 명확해질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건물의 매매가 추이를 확인하고, 중개사의 말을 절반만 믿는 것. 그게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