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통장을 들여다본 날
작년 3월 월급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이상함을 느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월급은 같은데 카페 아메리카노 가격이 4,5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랐다.

편의점 도시락도 7,800원에서 9,500원으로. 계산기를 꺼내 지난 12개월간 소비 영수증을 정렬해보니 같은 물건을 사는 데 평균 약 12% 더 쓰고 있었다.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 대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들
인플레이션 대비를 위해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상품들을 정렬해보면 패턴이 보인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약 3% 수준일 때 인플레이션이 약 4% 진행되는 상황에서 예금만으로는 실질 손실이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다.
먼저 월 30만 원 정도를 정기예금으로 묶는 사람들이 많다. 세전 이자가 약 3% 정도면 세후로는 약 2%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이 약 3% 진행되면 실질 손실은 월 900원 정도다. 1년이면 1만 원 정도의 구매력을 잃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주식형 펀드나 ETF를 고르는 경우다. 지난 2년간 S&P 500 지수는 연 15% 정도 상승했지만 한국 코스피는 연 2%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수익률이 다르면 선택지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금 같은 실물자산을 사는 사람도 늘었다.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금값은 그램당 7만 2,000원에서 8만 5,000원으로 올랐다. 약 18% 상승했지만 보관료와 매매 수수료를 빼면 실제 수익은 12% 정도다.
숫자로 비교하면 보이는 것들
월급 2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월 50만 원을 인플레이션 대비로 배분한다고 가정해보자. 세 가지 방법을 1년간 진행했을 때 결과는 다르다.
첫 번째, 정기예금 50만 원을 월 4회 반복하면 연 이자는 약 3만 6,000원이다. 세금을 떼면 2만 8,800원 정도 남는다.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손실이 약 8만 7,000원이라면 실제로는 5만 8,200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두 번째, 같은 50만 원을 S&P 500 ETF로 매달 사면 어떻게 될까. 지난 12개월 평균 수익률이 14% 정도라면 연 말 포지션 가치는 약 56만 8,000원이다. 투자원금 600만 원에 수익이 68,000원. 인플레이션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세 번째, 금을 월 50만 원씩 샀다면 어떨까. 평균 매매 수수료가 약 0% 정도라면 연 구매액 600만 원에 수수료만 4만 8,000원이 들어간다. 금값 상승이 18%라면 수익은 약 108만 원이지만 보관료 연 6,000원과 세금을 빼면 실제 수익은 약 95만 4,000원이다.
내가 실제로 고른 방법
이 계산을 한 후 나는 세 가지를 섞기로 했다. 월 50만 원 중 20만 원은 정기예금, 20만 원은 S&P 500 ETF, 10만 원은 채권형 펀드로 배분했다. 3개월 뒤 통장을 봤을 때 정기예금은 1만 2,000원의 이자를 받았고, ETF는 매입가 60만 원에서 67만 2,000원으로 올라 있었다. 채권형 펀드는 약 2% 수익을 기록했다.
한 가지만 고르는 것보다 섞는 게 낫다는 걸 깨달았다. 인플레이션이 4% 정도라면 그것을 상쇄하려면 평균 5% 이상의 수익률이 필요한데, 정기예금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놓치기 쉬운 부분
인플레이션 대비를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핵심은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월 2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10년 뒤에도 같은 물건을 같은 가격에 사려면 실질 수익률이 인플레이션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또 하나는 시작 시점이다. 작년 3월에 시작한 내 경우 인플레이션 걱정이 본격화된 시점과 맞았다. 하지만 지금 2026년 6월이라면 이미 2년 반이 지났다. 늦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정기적인 점검이다. 월 50만 원을 배분한 후 6개월마다 수익률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비율을 조정하는 게 좋다. 내 경우 채권형 펀드가 약 1% 수익을 기록했을 때 S&P 500 ETF 비중을 조금 더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