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2년차, 이력서 넣기 전에 다시 점검한 것들

몇 년 전 일이다. 대학 졸업하고 1년 반 가까이 공기업 준비를 했다.

매일 노량진 근처 스터디카페에 8시까지 출근해서 밤 10시에 나왔다. 그렇게 두 번째 필기에서 떨어진 날, 카페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데 머리가 멍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때 노트를 한 권 사서 처음으로 적었다.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곳,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사이의 거리를. 2026년 5월 지금, 통계청 발표 기준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이 20% 안팎을 오가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그날 노트를 다시 펼쳤다.

이력서 넣기 전에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만한 것들을 정리해봤다.

1. 내가 지원하는 곳이 정말 ‘되는’ 곳인가

막연하게 대기업, 공기업이라는 단어만 좇으면 1년이 금방 간다. 작년 기준 주요 공기업 평균 경쟁률이 70대 1을 넘긴 곳이 적지 않았다. 그 안에서 내 스펙이 상위 몇 퍼센트에 들 가능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자가 점검 — 최근 3개 기업의 합격자 평균 스펙을 찾아봤는가, 내 점수와 비교했을 때 격차를 메우는 데 몇 개월이 필요한가.

tax consultant, files, pile of files, country, office, bureaucracy, taxes, fun, funny, figure, paper
Photo by Alexas_Fotos / pixabay

2. 준비 기간의 마지노선을 정했는가

나는 처음에 “될 때까지”라고 답했다가 1년 반 만에 무너졌다. 끝이 없는 레이스는 사람을 갉아먹는다. 6개월 단위로 점검 시점을 정하고, 그 시점에 어떤 결과가 나오면 방향을 틀지 미리 적어두는 게 낫다. 자가 점검 — 내 통장에 남은 생활비로 몇 개월을 더 버틸 수 있는가, 부모님 지원이 끊겼을 때의 대안이 있는가.

3. 중소·중견기업을 진지하게 검토해봤는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청년층 일자리 미스매치가 여전하다. 중소기업 빈 일자리는 꽤 있는데 청년 지원자는 적다.

물론 임금과 복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대기업 아니면 안 간다’는 전제가 진짜 내 가치관인지, 아니면 주변 시선 때문인지는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자가 점검 — 연봉 3,200만 원 수준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나를 1년 뒤에 받아들일 수 있는가.

4. 경력이 될 만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준비만 2년 하면 이력서 공백이 부담된다. 인턴, 계약직, 프리랜서 프로젝트, 정부 청년 일경험 사업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2026년에도 청년도전지원사업, 국민취업지원제도 같은 제도가 운영 중이다. 자가 점검 — 최근 6개월 안에 이력서 한 줄로 쓸 만한 활동이 있었는가.

5. 직무 적합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는가

나는 재무 직무를 1년 넘게 준비하다가 뒤늦게 내가 숫자보다 글 쓰는 일에 더 오래 집중한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아까웠지만 그 깨달음이 결국 방향을 바꿨다. 자가 점검 — 내가 지원하려는 직무의 실제 업무 설명을 읽고 30분 이상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가, 현직자 인터뷰를 최소 2명 이상 접해봤는가.

6. 멘탈을 관리할 장치가 있는가

취업 준비가 길어질수록 우울감과 고립감이 커진다. 보건복지부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처럼 무료 상담 바우처를 제공하는 제도도 있다. 친구를 만나는 횟수가 월 1회 미만으로 떨어졌다면 신호로 봐야 한다. 자가 점검 — 최근 2주간 잠을 6시간 이상 잔 날이 며칠인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하루 12시간을 넘기지 않는가.

7. 플랜 B를 글로 적어봤는가

머릿속에만 있는 대안은 대안이 아니다. 떨어졌을 때 다음 달 1일부터 무엇을 할지, 어떤 회사 채용 공고를 볼지, 누구에게 연락할지를 종이에 적어두면 실제로 그 상황이 와도 덜 무너진다. 자가 점검 — 지금 당장 플랜 B를 세 줄로 말할 수 있는가.

청년 실업률 숫자는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거시 변수다. 다만 그 숫자 안에서 내 자리를 어떻게 만들지는 매일의 작은 선택에 달려 있다. 컵라면 앞에서 멍했던 그날의 나에게 누가 이 일곱 가지를 물어봐줬다면, 좀 더 빨리 방향을 틀 수 있었을 것 같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