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다가 깨달은 것, 물가 오르는 속도와 내 월급의 간격

동네 마트에서 시작된 계산

2026년 2월 초, 평소처럼 동네 마트에 들어갔다. 계란 한 판을 집어 들었는데 가격표가 눈에 띄었다. 9,500원. 작년 11월에 같은 자리에서 본 가격은 7,800원이었다. 3개월 사이 1,700원이 올랐다. 그날 밤 휴지통에서 지난 3개월 영수증을 꺼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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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ediamodifier / pixabay

같은 품목들을 비교해보니 패턴이 보였다. 두부는 2,400원에서 2,900원으로, 우유는 3,100원에서 3,600원으로, 당근은 1,800원에서 2,200원으로 올라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기름이었다. 포도씨유 1L 한 병이 11,500원에서 13,200원이 되어 있었다. 3개월 동안 월급은 변하지 않았다.

영수증 기록이 보여준 것

그 이후로 매주 장을 본 후 영수증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같은 항목들만 따로 정리했다.

지난 3개월(2월~4월) 동안 내가 구입한 기본 생활용품 10가지의 평균 가격 변화는 약 12% 상승했다. 밥, 계란, 우유, 치즈, 버터, 당근, 양파, 감자, 기름, 소금.

이 10개 품목만으로도 월 장바구니 예산이 월 12만 원에서 월 13만 4,000원으로 늘었다.

통계청 발표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내 지갑이 이미 말해주고 있었다.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마트에서다. 뉴스에서 물가지수가 약 3% 올랐다고 해도 실감이 안 나지만, 계란 한 판이 1,700원 오르면 그건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된다.

월급이 같은데 지출이 늘어날 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월급은 여전히 같다. 올해 초 인상률은 약 2%였다. 내 경우 월급이 280만 원이니 월 7만 원 정도 올랐다. 하지만 생활비는 월 1만 4,000원 더 들었다. 인상률의 거의 2배 속도로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격차가 계속되면 연 단위로 보면 더 심해진다. 월 1만 4,000원이 연 16만 8,000원이 된다. 월급 인상분 84만 원은 물가 상승분 168만 원을 따라가지 못한다. 차이는 내 저축에서 나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월 15만 원씩 저축했다면, 올해는 월 0.6만 원 정도만 저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작은 선택들이 모이는 곳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 개다. 가장 직접적인 건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나는 3월부터 몇 가지를 바꿨다. 유기농 계란 대신 일반 계란을 사기 시작했다. 월 3,000원 절약. 포도씨유 대신 카놀라유로 바꿨다. 월 2,000원 절약. 유제품은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마트 자체 브랜드로 바꿨다. 월 4,000원 절약.

작은 선택들이 모이니 월 9,000원이 나왔다. 장바구니 예산 증가분 14,000원의 64%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 남은 5,000원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카페 방문 횟수를 주 3회에서 주 2회로 줄였다. 월 8,000원 절약. 이제 물가 상승분을 거의 다 메우고도 월 3,000원이 남는다.

숫자로 보니 보이는 것

물가가 오르는 건 뉴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영수증을 직접 기록하고 비교하는 건 다른 경험이다. 추상적인 인상률 약 3%보다 계란 1,700원 인상이 더 명확하게 와닿는다. 월급 약 2% 인상도 결국 280만 원 기준 7만 원일 뿐, 그것도 세금을 떼면 5만 원도 안 된다.

2026년 현재 물가 상승 속도에 대응하려면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기록하는 게 낫다. 내 경우 영수증 3장이 월급 인상보다 더 많은 정보를 줬다. 어느 품목이 얼마나 올랐는지, 어디서 줄일 수 있을지, 저축을 지키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내 지갑의 숫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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