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정말 온다면, 지금부터 뭘 해야 할까
지난겨울 뉴스를 보다가 한숨이 나왔다. 경기둔화, 성장률 둔화, 금리 인하 같은 단어들이 매일 튀어나왔고, 직장 동료들도 자꾸 ‘경기가 안 좋아질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경기침체가 온다는 건 알겠는데, 내 통장에서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더라. 그래서 직접 정리해보기로 했다.

경기침체 대비라고 하면 거창한 투자 전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단순하다. 지금 당장 내 통장 상태를 점검하고, 앞으로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전부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점검해본 7가지를 정리했다.
1. 비상금이 월급의 3개월분은 있는가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뜻밖의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회사 구조조정, 프로젝트 취소, 급여 인상 동결 같은 일들이 예고 없이 터진다. 작년 가을에 내 회사도 갑자기 복리후생비 삭감 공지가 났다. 월 15만 원 정도 받던 식사 보조금이 없어졌다. 매달 15만 원이 줄어드는 게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6개월이면 90만 원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비상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900만 원, 400만 원이라면 1200만 원 정도를 쉽게 꺼낼 수 있는 통장에 묵혀둬야 한다. 내가 지금 가진 비상금이 월급의 2개월분 수준이라면, 앞으로 1개월분을 더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2. 신용카드 한도를 지금 올려놨는가
이건 좀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질수록 신용카드 한도를 올리기 어려워진다. 은행들이 신용도 심사를 까다롭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봄에 친구가 신용카드 한도를 올려달라고 했더니 거절당했다고 했다. 같은 은행, 같은 카드라도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한도 상향이 안 된다.
지금 당신의 신용카드 한도가 500만 원이라면, 이번 달에 한도 상향을 신청해보는 게 좋다. 실제로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의료비, 차량 수리비, 가전제품 고장 같은 예상 밖의 지출이 생겼을 때 카드가 거절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3. 고정비를 정말 다 파악하고 있는가
내가 가장 충격받은 부분이 이것이다. 작년 11월에 지난 1년간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쭉 정리해봤다. 그러다가 깨달은 게 있었다. 자동 구독 서비스가 월 12만 원이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3개, 음악 앱 1개, 클라우드 저장소 1개. 다 필요할 것 같아서 가입했는데, 실제로는 한두 개만 써본 지 오래였다. 월 12만 원이면 연 144만 원이다.
경기침체 대비의 첫 번째 단계는 지금 당신이 매달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보험료, 휴대폰비, 구독 서비스, 피트니스센터, 자동차 유지비. 이런 것들을 다 더해보면 월급의 20~30%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먼저 정리하는 게 좋다.
4. 적금이나 펀드는 언제까지 유지할 건가
이건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경기침체 시기에는 유동성이 중요하다. 내가 2년짜리 적금을 들었는데, 아직 5개월이 남아있다. 만약 지금 중도해지하면 이자를 못 받는다. 하지만 경기가 정말 나빠져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이자를 포기하고 깨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지금 당신이 가진 적금이나 정기예금의 만기를 한 번 확인해보자. 6개월 이내에 만기가 오는 상품이 있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건지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다. 경기침체 시기에는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으니까, 지금의 금리로 다시 가입할 기회가 줄어든다.
5. 직장에서의 보너스나 성과급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는가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게 보너스다. 내 회사도 작년 겨울 보너스가 전년도 대비 20% 줄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적게 받으니까 계획했던 것들을 미뤄야 했다. 명절 선물, 부모님 용돈, 신년 여행 같은 것들.
당신이 받는 월급이 300만 원이지만 보너스가 월 50만 원 정도라면, 실제 월평균 수입은 350만 원이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오면 보너스가 월 30만 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건 월급만 기준으로 생각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지금부터 월급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는 게 좋다.
6. 대출금이 있다면 금리가 변동형은 아닌가
이건 좀 더 복잡한 부분인데, 경기침체 시기에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대출금리도 무조건 내려가는 건 아니다. 특히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같은 것들은 은행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경기가 나빠지면 은행들도 신용도가 떨어진 고객의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당신이 3000만 원의 전세자금을 변동금리로 빌렸다면, 지금이 고정금리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당신의 대출금리도 내려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에 전화해서 지금의 금리 수준으로 고정금리 전환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게 좋다.
7. 투자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은 충분한가
경기침체가 온다는 말은 주식 시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내가 작년 여름에 주식 비중을 50%에서 35%로 줄였다. 그리고 현금을 15% 정도 묵혀두기로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주식이 20% 떨어지면, 그때 사자는 생각이었다.
당신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주식 80%, 채권 20%라면, 경기침체 시기에는 좀 불안할 수 있다. 현금을 10~15% 정도 확보해두면, 시장이 떨어졌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이건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당신이 지금 어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지금 당신의 상태를 점검해보자
경기침체 대비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 7가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비상금, 신용카드 한도, 고정비 파악, 적금 만기, 보너스 예상, 대출금리, 투자 포트폴리오. 이 7가지 중에서 지금 당신이 점검하지 않은 게 몇 개나 되는가.
경기침체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뉴스에서 경고하고,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고, 그 다음에 실제로 온다. 지금이 바로 그 경고 단계다. 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당신의 통장을 한 번 정리해보자. 그것이 경기침체 대비의 가장 현실적인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