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후회한 일
작년 9월쯤 미국 주식을 처음 샀다. 나스닥 100 ETF 10주, 약 185만 원. 그때는 금리가 내려갈 거라는 기사를 읽고 ‘이제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 달 뒤 계좌를 보니 154만 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뉴스를 읽은 게 아니라 남의 예상을 읽고 있었다는 걸.

그 이후로 미국 주식에 대해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미국 주식을 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정작 사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산 규모에 맞는가
미국 주식을 살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내가 잃어도 괜찮은 금액인가’다. 이건 단순히 여유 자금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내 경우 월급이 380만 원인데, 처음에 185만 원을 한 번에 샀다. 이건 월급의 거의 절반이다. 지난 2월에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이 정도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월급의 10~15% 정도만 미국 주식에 넣기로 정했다. 약 40만 원 정도다.
자신의 자산 규모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할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 이 순서를 뒤집는다.
환율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가
미국 주식은 달러로 거래된다. 그래서 환율이 오르내릴 때마다 내 자산도 함께 움직인다. 지난 3월에 환율이 1480원대까지 올라갔을 때, 내 미국 주식 계좌에는 환차익으로 약 15만 원이 생겼다. 실제 주가는 2% 정도 내렸는데, 환율 덕분에 손실을 면했다.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11월 환율이 1380원대까지 떨어졌을 때는 같은 주식을 들고 있어도 환차손이 생겼다. 이 점을 미리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환율 변동을 ‘운’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변수’로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완전히 다르다.
배당금 재투자 전략이 있는가
미국 주식이나 ETF를 사면 배당금을 받는다. 내가 사는 나스닥 100 ETF는 분기마다 약 2만 원 정도의 배당금을 준다. 이 돈을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배당금이 나올 때마다 통장에 들어오는 걸 보고 기뻤다. 하지만 지금은 그 돈을 다시 미국 주식에 넣기로 했다. 복리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배당금을 받을 때마다 ‘이걸 어디에 쓸까’ 고민하는 것보다,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다.
미국 경제 뉴스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는가
미국 주식을 산다는 건 미국 경제에 베팅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미국의 금리, 인플레이션, 실업률 같은 경제 지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처음 샀을 때는 ‘나스닥이 올라간다더라’는 말만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달 미국 노동부 고용 통계가 나올 때, 그리고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결정할 때마다 뉴스를 확인한다. 이 정도의 관심이 없으면 미국 주식은 그냥 ‘남의 예상’에 올라타는 것일 수밖에 없다.
환전 계획을 세웠는가
미국 주식을 샀다면, 언제 팔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을 건너뛴다. 계속 들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언젠가는 그 돈이 필요할 날이 온다. 결혼, 집 구매, 자녀 교육비 같은 인생의 큰 사건들이다. 그때 환율이 좋지 않으면? 주가가 떨어져 있으면? 미리 그런 상황을 생각해두는 게 좋다. 내 경우 5년 뒤에 일부를 환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세금 처리를 알고 있는가
미국 주식으로 수익을 본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배당금에도,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에도 세금이 붙는다. 국내 주식과 다르게 미국 주식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대신 다른 세금 규제가 있을 수 있다.
처음에 나는 이 부분을 완전히 무시했다. 배당금이 나올 때 세금이 떨어진다는 걸 계좌에서 확인하고서야 ‘아, 이것도 챙겨야 하는 거구나’ 깨달았다. 연말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 주식 수익을 어떻게 신고할지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당황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갈 준비가 되었는가
미국 주식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상품이 아니다. 최소한 3년, 가능하면 5년 이상 들고 가야 의미가 있다. 그 사이에 주가가 오르내릴 텐데, 그걸 견딜 수 있는지 먼저 자문해봐야 한다.
내가 작년 9월에 185만 원을 샀을 때, 한 달 뒤 154만 원이 된 걸 보고도 계좌를 자주 들여다봤다. 매일 아침 환율을 확인했고, 미국 뉴스를 찾아봤다. 이건 장기 투자가 아니라 단기 도박에 가까웠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계좌를 본다. 그리고 그게 훨씬 편하다.
미국 주식을 산다는 건 어렵지 않다. 증권사 앱에서 몇 번 클릭하면 된다. 어려운 건 그 이후다.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왜 샀는지, 언제까지 가져갈 건지를 명확히 하는 일 말이다. 이 일곱 가지를 미리 점검해두면, 미국 주식이 오르내릴 때도 마음이 한결 편하다.